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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가족이 된다는 것

보호자가 소형견 산책 권장 시간을 모를 때 몸으로 알려주는 치와와 모모공주.

치와와 강아지 산책 뉴욕의 가을

한국을 떠나온 지 4년이 조금 못 된 어느 여름날. 나에게 처음 강아지 가족이 생겼다.

한 달동안 함께 지내던 동생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외로웠던 당시 급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조금만 더 신중히 알아보고 결정했더라면 퍼샵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실수를 범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이 전혀 없던 그 때 나는 퍼피 샵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이 더 많은 강아지들이

번식장으로 보내지는데 써포트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치와와 강아지 산책 뉴욕의 가을 걷기싫을 때 강아지 표정

강아지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강아지를 재밌게 놀아주는 것인지를 잘 몰랐던 그때. 내가 잘해 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산책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산책을 나가고 한 번 나가면 몇 시간도 우리 치와와 모모 공주를 걷게 할

정도로  나는 그 때 강아지를 잘 몰랐었다. 그 때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강아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시간 정도만 되면 길거리에 주저앉아 더이상 걷지 않으려고 하는 치와와 모모 공주.

왜 그런가 하고 다가가 보면 자기를 안으라고 두 발로 서서 내 다리에 마구 매달리며 걷기를 거부했다. 낑낑거리며

내 다리에 올라타려 하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고 줄을 끌어도 봐도 꼼짝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는 강아지가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강아지가 얼마의 시간을 걷는 것이 적당할까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치와와는 원래 다리뼈가 약해 오래 걸으면 금방 무리가 되기 때문에 한시간 이상 걸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욘석 다리가 정말 젓가락처럼 빼빼하다.

치와와를 포함한 말티즈와 포메라니아는 푸들, 요크셔테리어등 소형견의 산책 시간20분~1시간 정도가 적합하고

쉽게 지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번  나눠서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경우라면 20분

정도가 적합하고 천천히 걸으며 냄새도 충분히 맡고 근처 벤치에도 좀 앉아서 쉬다가 다시 걷는 상황이라면 한시간을

조금 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한시간 이상 계속해서 걷거나 뛰는 것은 소형견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뉴욕에 살면서 나는 센트럴 파크에 가는 것을 가장 즐거워했다. 그리고 가끔 센트럴파크에서 강아지와 함께 달리는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강아지와 달리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도 강아지가 있으면 저렇게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산책스타일은 대형견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지 소형견 댕댕이들에게 적합한 스타일은 아니다.

 

강아지 집사들에게는 다소 귀찮을 수도 있지만 사실 강아지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 번 나가서 길게 산책을 하는 것보다는

되도록이면 짧게라도 자주 하루에도 여러번 산책을 나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귀차니즘이 있는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없이 몇 번은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내 경우에도 그래서 한 번 나갔을 때 적어도

한시간 이상 길면 세시간 가까이도 산책을 하곤했지만 옳바른 산책 방법을 알게 된 후로 나는 한 번에 길게 하는 

산책보다 짧게 여러번 하는 산책을 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잘 몰랐던 그 때 나는 그저 괜히 버릇이 나빠지는 게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 억지로라도 걷게 하기를 반복하던 그때. 문득 아빠 생각이 났다.

 

치와와 강아지 산책 뉴욕의 가을

어린 시절부터 밖에서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고 주저앉기 일쑤였던 나를 버릇 나빠진다고 길에 그냥 놓고

가버리던 엄마와 달리 늘 달래서 업어주셨던 아빠.

 

적어도 내 기억에 아빠가 나를 가장 마지막으로 밖에서 업고 집으로 돌아온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은 근처에 사시는 부모님 친구 집에서 저녁을 먹었고 거기서 잠이 든 나를 아빠는 깨우지 않고 집까지 업고

걸어오셨다. 어떨 때는 잠이 깼는데도 걷기가 싫어 계속 자는 척을 하기도 했어서 주위 사람들이 버릇나빠진다며

아빠를 말렸던 적도 여러번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자는 척을 하며 아빠 등에 업혀있을 때면 이웃집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항상 이제 다 컸으니 깨워서 걷게 하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럴 때면 나는 괜시리 더 아빠 등에서

내리기 싫어 아빠 목을 더 꽉 껴안았던 것 같다.

 

5학년이었지만 당시 나는 꽤 뚱뚱한 편이었다. 40kg쯤 됐으니 아마 요즘 아이돌 성인 여성 몸무게쯤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그때 아빠의 나이는 지금의 내 나이보다도 어린 나이였다.

 

그때의 아빠보다 훨씬 더 어른인 나는 지금도 누군가를 케어할 자신이 없어 평생을 함께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아빠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렸을 때  나를 낳고 40kg도 넘는 5학년이 된 딸을 업어서 데리고 다닐 정도로

본인이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내어주며 기르셨다.

 

이런 생각들을 하니 문득 우리 치와와 모모 공주가 원할 땐 그냥 언제든 안아줘야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릇이 뭐?

고집 좀 부리면 뭐 어때? 예쁜 내 새끼 내 가족인데 다리 아프다면 안아주면 그뿐인 거지.

 

보통 자식을 낳아 길러보면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고들 한다. 그런데 강아지만 길러봐도 어느정도는 알 것 같다.

우리 강아지 먹는 것 만봐도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아지며 좋은 건 다 사다 먹이고 싶은 그 마음.

강아지와 가족이 되고 나서 내가 보호자라는 존재가 되어 보니 부모님이 나를 얼마나 큰 사랑으로 길러주셨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내 몸은 힘들어도 당신 자식이 졸려하면 업어서라도 자는 것을 굳이 깨우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내 

음식은 안사더라도 자식이 좋아하는 음식은 다 사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사랑이고, 그저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만해도 행복한 것이 부모님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