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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가족이 된다는 것

치와와 모모공주를 키우며 알게 된 10년 전 소개팅남의 진심.

치와와 강아지 귀여운 강아지 사진

어린 시절 나는 개를 유독 싫어했다. 아니 사실 싫어했다기보다는 무서워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유치원 때 동네 고양이를 괴롭히다 고양이에게 할큄을 당해서 피를 본 나는 그 후 사람을 뺀 살아있는 생명체가

모두 싫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촬영 일을 하는데 강아지를 안고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며칠 전부터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지나가다 개 한 마리만 마주쳐도 길을 돌아서 가거나 누군가가 길을  지날 때 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그곳을

지날 수 있었던 내가 개를 안고 표정을 유지하며 말까지 해야 한다니!!!

 

설상가상으로 내가 안고 쓰다듬으며 말을 해야 하는 강아지는 우리 치와와 모모 공주처럼 소형견도 아닌

그레이트 피레니즈였다.

당시 나는 강아지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1박 2일을 통해 유명한 강아지 상근이가  그레이트 피레니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내가 안고 쓰다듬어야 할 강아지의 크기를  알고 난 후 그 공포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프리랜서 세상에서 아마추어는 존재할 수 없기에 그 막대한 공포를 어떻게든 이겨내고 일을 무사히 마쳤다.

그때까지 그곳에 함께 있던 그 누구도 내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는 못 할 정도로 나는 그렇게 큰 

강아지를 안고 쓰다듬으며 내 멘트를 온전히 해냈다.

 

 

치와와 강아지 귀여운 강아지 사진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강아지에 대한 공포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순 있었지만 여전히 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개팅을 통해 알게 되어 이제 겨우 서너 번째 만남을 갖게 된 남자와의 데이트가 있던 날이었다.

아직은 어색한 사이였으므로 친구 커플과 함께 만나 가볍게 술자리도 갖고 당구장에 가서 포켓볼도 치고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곤 친구 커플이 먼저 귀가를 했고 늦은 시간 둘만 남은 우리는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 그 시간까지 열려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한 곳인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치와와 강아지 귀여운 강아지 사진

 

친구들과 헤어져 긴장이 풀리고 술기운이 조금씩 올라오는 듯했던 그는 자신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이야기를 하며 그 새벽 맥도날드에서 눈물을 흘렸다. 강아지를 한 번 도 키워본 적도 없고 심지어

강아지를 무서워하기까지 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서로에게 약간의 호감은 있는

상태였으므로 나는 어떻게든 그를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키도 크고 서글서글한 외모에 악한 면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그는 어떤 여성의 마음이라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로서는 그 새벽 서른이 넘는 남자가 맥도날드에서 눈물  바람이라니 그냥 뭔가 그 상황이 싫었다.

그 남자의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마침 그 동네는 내가 초중고를 모두 졸업한 곳이었기에 누가 쳐다보거나 나를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연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런 내 마음은 전혀 모른체 그는 자신을 먼저 떠난 반려견 이야기를 몇십분 째 계속 이어갔다. 그는 곧 눈물을

집어삼키며 무지개다리를 건넌 자신의 강아지 사진을 내게 보여줬지만 바로 다음 날 친구들에게 그 남자의 행동을 설

명하던 때조차 나는 그 강아지의 견종도 심지어 색깔조차도 기억하지 못했다. 

내 기억속에는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단지 30이 넘은 성인 남자가 얘기를 하면서 맥도날드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사실만이 남아 있었다.

 

치와와 강아지 귀여운 강아지 사진

그 날 이후 나는 그의 연락을 조금씩 피하기 시작했고 친구들을 만날 때면 그 남자의 행동을 괴이하다는 식으로까지

그와의 만남을 수다거리로 삼곤 했다.

불행히도 나와 같이 강아지와 가족이 되어본 적이 없던 주위의 친구들은 모두 나의 얘기에 맞장구를 쳤고 그렇게 그는 나와 내 주위 사람들에게 이상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그 후 그를 떠올릴 일은 몇 번 되지 않았다. 교제를 하거나 썸을 오래 탄 것도 아닌 소개팅으로 알게 되어 서너 번 만난 것이 전부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남자가 선을 봤다던 연예인 L 양 그의 베프라던 영화배우 K군이  TV에 나올 때를 빼면 전혀 생각날 일없던 그는 이제 이름조차 가물가물 할 정도로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치와와 강아지 귀여운 강아지 사진

그런데 이상하게 치와와 모모 공주와 가족이 되고 나서 그 남자 생각이 몇 번 났다. 이름도 가물가물한 그가 몇 번이나

내 머릿속을 스친 것이다.

 

치와와 모모 공주와 가족이 되고 나서 TV나 유튜브를 통해 반려견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볼 때면 한 번도

만나보지도 못 했던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눈이  퉁퉁 부을 때까지 꺽꺽 울어댔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영상을 ]보지 않겠노라 스스로 다짐까지 받아내야 할 정도였으니 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의 나는 심지어 그때의 그 남자보다도 더 어른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상황을 겪게 된다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뉴욕의 그 어느 맥도날드에서라도 그보다 더 펑펑 울 것 같다.

 

맥도날드가 아닌 그보다 더 한 곳에서도 눈물을 한 바가지 흘려낼 것임을 알기에 그때 그를 괴상한 사람으로 주위에

말한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또 비록 그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어쩌면 꽤 괜찮은 남자였을지 모른다. 아니 강아지를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남자라면 이미 충분히 괜찮은

남자였다. 치와와 모모 공주와 가족이 된 후  내가 알게 된 사실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 한 그 어느 것에도 확언하지 말고 그를 통해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강아지를 키우며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