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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가족이 된다는 것

뉴욕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과 함께 산책 라이프를 잃어버린 치와와 모모공주!

미국 뉴욕 치와와 강아지 산책

장모 치와와 모모 공주는 사실 다른 강아지들만큼 '산책가자'는 말만  들어도 신나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런 강아지는

아니다. 오히려 산책줄을 꺼내면 도망가기 일쑤에 '산책 가자'라고 말을 해도 같이 따라  나서질 않아 나가기 전에는

항상 애를 먹이는 편이었다.

 

하지만 뉴욕의 코로나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며 장모 치와와 모모 공주는 나와 가족이 되고 처음으로 몇 주 째 산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병원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현재 뉴욕 병원들이 산소호흡기가 부족해

환자들에게 대형견용 산소 호흡기를 사용할 정도라는 얘기들이 들려올 때면 나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설 수 가

없었다.

 

얼마 전 반려견들을 소파에 앉혀 놓고 산책을 가지 못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었던 대구의 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갸우뚱 거리는 반려견들의 귀여운 모습에 한참이나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막상 뉴욕의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자 나 역시 그 아주머니처럼 낑낑거리는 치와와 모모 공주를 앉혀 놓고 상황을 설명하고 달래도보고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고 내가 살아야 너도 산다며 하소연도 하고 참 가관도 아니었다.

 

 

미국 뉴욕 치와와 강아지 산책

하지만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나는 해가 뜨자 마자인 새벽 6시반경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치와와 모모공주의 산책을 감행했다.

그런데 막상 밖에 나가보니 해가 뜨고 한참이 지나도 길거리에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리는 한산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가 뉴욕 특히 중국인 밀집 지역인 우리 동네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미국 뉴욕 치와와 강아지 산책

예전이라면 모모공주는 산책을 하며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마주치는 강아지마다 참견하며 나를 늘 모르는 사람과

어색한 대화 속으로 몰아넣었을 테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가 뉴욕을 뒤덮은 지금 우리의 산책을 그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손에는 비닐 장갑과 커피 필터를 두 장이나 써서 코와 입을 막은 후 그 위에 또 마스크까지 쓰고 눈까지 차단하기 위해 착용한 선글라스 위로 김이 서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누군가가 나와 같은 블럭에 서진 않을까 경계하며

불안에 불안을 거듭하는...

 

 

미국 뉴욕 치와와 강아지 산책

산책이라기보다는 나에게는 마치 전쟁과도 같은 공포였다. 꽃이 핀 이후로 올 해 밖에 처음 나온 나는 모모 공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기 전까지 이렇게 봄이 성큼 다가온 것조차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작년 여름 치와와 모모공주와 처음 가족이 되었으니 올 봄은 우리가 가족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함께 맞는 봄이었지만

우리는 이 봄을 즐길 수 없었다.

 

하지만 꽃내음에 흠뻑 취해 정신없이 꽃향기를 맡고 있는 치와와 모모 공주의  모습을 찍으며 나도 올해 처음으로

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미국 뉴욕 치와와 강아지 산책

평소 나는 밖에 나가서 활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며 에너지를 얻는 것이 나의 성격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뉴욕의

코로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지며 한 달 이상을 밖에 나가지 않고 지내며 책도 보고 블로그에 글도 쓰며 지내다 보니

계속 이렇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하기는커녕 내게는 오히려 잘 맞는 생활 패턴이었다.

하긴 그동안 두 달 이상 일을 쉬어본 적이 없었고 그나마도 두 달을 쉬었던 딱 한 번은 여행을 하고 있었을 때였으니

사실 나는 집에서만 지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라이프 패턴이 나에게 이렇게 잘 맞는지는 알턱이 없었다.

 

아마 치와와 모모 공주가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뉴욕의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참치 캔과 스팸이 다 떨어져 버려 고추장과 간장에 밥만 비벼 먹어야  한다고 해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사실 요즘같은 때는 신세계나 이마트 쥐마켓그리고 GS까지 거의 모든 대기업에서 해외 배송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마트를 못가더라도 해외에서 음식 못 먹을 일은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최근에 쿠팡 로켓 배송처럼 식품배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마존에서는 몇 년전부터 유제품이나 과일 채소등을 아이스박스에 깔끔하게 포장해 당일 배송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음식 걱정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음식이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 그 자체가 공포였던 나는  나의 공포보다 나에게는 치와와 모모 공주의 정서적 건강이 더 중요했기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산책을 나갈 수 있었다.

어쩌면 '강아지와 가족이 된다는 것'은 목욕을 씻기고 발톱을 잘라주고 사료가 떨어지지 않게 챙겨야 하는 것 이상으로

크나큰 책임감을 요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무서워도,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뉴욕의 코로나 상황이 나에게 처음 '죽음'이라는

단어를 묵도하게 했다 할지라도 사랑하는 반려견을 위해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는 이 상황에라도 '산책'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강아지와 가족이 된다는 것'은 늘 나에게 난생처음 느껴보는 소중한 감정을 선물해 준다.

 

어떤 대상을 내 안전과 안위보다 더 소중히 여겨본 적 없는 나에게 오늘도 치와와 모모 공주는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들을 선물해 주었다. 받는 것이 늘 더 익숙한 사람이라면 주는 사랑에 대한 행복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역시 12살 때까지 외동으로 자라며 부모님에게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고 운이 좋아 친구들도 항상 내 어리광을

받아주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연애도 늘 받는 연애에 익숙하며 흔히 말하는 쓰레기한 번 만나본 적이

없었으니 늘 사랑을 받는 것에 익숙했던 사람이지만 강아지의 보호자가 되면서 주는 사랑도 받는 사랑만큼 때로

그 이상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