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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가족이 된다는 것

치와와 모모공주와 가족이 되고 알게 된 강아지를 키우면 좋은 점 10가지

치와와 모모 공주와 가족이 되고 알게 된 강아지를 키우면 좋은 점 10가지

 

장모치와와 10개월

2019년 8월 9일 갑작스레 치와와 모모 공주와 가족이 되고 어느덧 시간이 10개월이나 흘러 강아지와 가족이 된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뉴욕에서 한 달 동안 같이 지내던 동생이 한국으로 돌아간 뒤 공허함과 외로움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갑작스레 한 

선택이지만 치와와 모모 공주와 가족이 되고 난 후 나의 일상에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강아지와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배변훈련이 다 되기 전 여기저기 실수하는 

강아지 덕에 1분 1초가 소중한 출근길에 이불커버를 분리해서 세탁소에 맡기고 가는 일도 있고 혼자 있을 강아지걱정에 제대로 된 외식은 꿈도 못 꾸게 되었고 컴퓨터를 하다가도 강아지가 낑낑대면 공을 던져 주고 방에 데려가서 재우려다 같이 잠들어버려서 하려던 일을 다 못 끝낼 수도 있고 나도 귀찮아서 잘 안 먹는 삶은 계란과 북엇국도 끓여야 하며

장난감에 잘 질리는 강아지를 위해 계속 새 장난감을 구입하거나 그게 부담된다면 직접 수제 장난감을 만드는 수고로움까지... 아이를 길러보진 않았지만 아이 한 명 키우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듯도 싶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힘든 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간을 돌려 작년 8월 9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도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강아지와 가족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수고로움보다는 강아지와 가족이 되어 맛볼 수 

있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가 10개월 동안 장모 치와와 모모 공주와 가족이 되어보고 느낀 강아지를 기르면 좋은 점 10가지를 기록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강아지의 귀여운 얼굴은 아침에 눈 뜨는 시간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침에 눈을 떠 천근만근인 몸뚱이를 일으켜 세우는 일은 어쩌면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지난밤 늦게까지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를 밤이었다면

아침 시간은 더더욱 버겁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강아지를 키우며 내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눈뜨면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아침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치와와 모모 공주의 경우 대개는 내가 일어나야 같이 일어나는 편이지만 어쩌다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는 경우 뽀뽀로 나를 깨우기도 한다.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든 사람이라면

강아지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며 시작할 수 있는 아침은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강아지 1일 1 산책을 의무화함으로써 강제 운동이 가능해진다.

'사람'이라는 게 참 신기하게도 내 몸을 위해서, 내 건강을 챙기려고 운동을 하는 것은  귀찮고 피곤해서 스킵을 하더라도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위해 산책을 하는 것은 아무리 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도 해내게 된다. 퇴근길에 너무 피곤해서 '아 오늘은 산책 못 나가겠다'싶다가도 집으로 돌아와 나를 보며 반가워 꼬리를 흔들면서 정신없이 나를 반겨주는 이

자그마한 생명체가 하루 종일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면 내 몸이 얼마나 힘들든 간에 다시 산책을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마련이다. 한국에 있는 내 동생의 경우 자신이 출근하면 아침에 출근한 아빠가 점심때 식사하러 오셔서

강아지를 가게에 데리고 가기 전 4시간~6시간을 혼자 있을 강아지가 안됐어서 출근 전에 산책을 시키고 밤 9시가 넘어 퇴근을 해도 꼭 산책을 시켜 1일 2 산책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반려견을 사랑하는 마음은 강아지 산책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되어 아무리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자연스럽게 일정량의 걷기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강아지는 절대 안 된다던 아빠는 어느새 쉬는 날마다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 뒷산에 오르고 계신다는 소식을

내게 전해왔다. 귀여운 강아지가 아빠의 건강까지 책임져주는 듯해서 너무 고맙고 기분이 좋았다. 강제 운동이

필요하거나 부모님에게 산책 라이프를 만들어주기에도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셋째.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웃게 된다.

올해 3월쯤부터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해져 락다운 상황까지 된 뉴욕에 살면서 직장도 잃고 세웠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고 수입도 끊긴 상황에서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해 준 것은 바로 치와와 모모 공주였다. '만약 모모가 없었다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냈을까'하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강아지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내게 웃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선물했다.

 

넷째. 가족들 간에 대화가 많아진다.

나는 밝은 갈색 털이 매력적인 장모 치와와 암컷을,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동생은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장모 치와와

수컷 강아지를 키우며 평소보다 얘깃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나는 전화로 우리 강아지에 대해 부모님께 들려주며

부모님과 동생은 또 나에게 한국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얼마나 귀여운 행동으로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가족들에게 웃음을 주는지를 들려준다. 가끔은 페이스톡을 통해 아직 실제로 만나보지 못한 강아지들끼리 인사를 시키며 웃을 일이 또 하나씩 생겨난다.

 

처음 동생이 강아지를 데려오겠다고 했을 때 나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으면서도 말렸었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부모님께서 도 반대하시니 부모님 의견을 따르는 게 좋겠다고.' 하지만 동생은 강아지가 나이 드시고 적적한 부모님을

위해서도 좋은 가족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 데려오겠다고 자기 욕심은 두 번째라며 결국 강아지를 데려왔다.

동생은 어쩌면 나보다 부모님을 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도 강아지를 반대하시던 부모님은 어느새 동생이

데려온 강아지를 우리 집에 그동안 없었던 아들처럼 여기며 사랑해주시고 강아지와 함께 더없이 행복해하시는 걸 보니

언니로서 부모님을 잘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동생에게 새삼 고마웠다.

 

다섯째. 좋은 친구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나는 뉴욕에 살면서도 친구를 단 한 명도 만들지 않을 정도로 친구 만드는 일에는 관심도 없을 뿐 아니라 친구를 만드는 것은 쉽지도 않았다. 하지만 치와와 모모 공주와 동네를 산책하며,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센트럴 파크

강아지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참 많은 미국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뉴욕에 살면서도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한국

가게에서 알바를 하다 보니 랭귀지 스쿨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실제 외국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생각보다 영어 실력이 빨리 늘지 않았는데 강아지와 함께 하는 순간에는 참 여러 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강아지가 무슨 종인지 암컷인지 수컷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물지는 않는지 만져봐도 되는지 어딜 가나 하루에 한 번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많은 미국인들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친구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 강아지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강아지와 함께라면 누구나 '인싸'가 될 수 있고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과 쉽게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여섯 번째. 강아지에 대해 공부를 하며 모르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된다.

대개 나처럼 강아지를 처음 길러 본 사람들의 경우 강아지에 대해 궁금한 것이 참 많다. 예를 들면 강아지의 발에서는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꼬수한 냄새가 나지, 강아지는 왜 나에게 안겨 있을 때만 다른 사람들에게 으르렁대며 경계

태세를 갖추는지, 또 강아지는 왜 꼭 내 발 밑에서 자려고 하는지 등등 하나하나 강아지에 대해 모르는 것을 찾아서

검색하고 공부하고 또 나처럼 그것을 이렇게 블로그에 기록하다 보면 어느새 강아지에 대해 전문가까지는 아니어도

일반인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평소 모르는 것을 새로 알아가는 데 흥미를 느끼는 내게는

최근 강아지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삶의 활력이 되어주고 있다.

 

일곱 번째. 강아지와의 스킨십은 마음에 평안을 선물한다.

사실 나는 평소 스킨십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도 아닐 뿐더러 스킵쉽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것이 더 큰 나는 강아지와의 스킨십은 예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안 좋은 생각이 들 때, 걱정 근심으로 가득 차 있을 때면

강아지의 부드러운 등을 한 번 쓸어내리는 것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곤 한다. 내가 직접 강아지와 가족이 되어 보기

전에도 주위 사람들의 강아지를 만져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아지를 기르며 매일 같이 쓰다듬은 강아지의 털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감촉이 좋았다.

나는 걱정이 생기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면 치와와 모모 공주의 목과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눈을 살짝 감고 내 손길에 만족해하는 치와와 모모 공주의 표정을 볼때면 여지없이 불안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곤 한다. 강아지의 털이 얼마나 부드럽고 사람의 손에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지 아직 모르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여덟 번째. 강아지와 같이 자면 따뜻하다.

요즘같이 더워서 낮이면 에어컨을 켜는 시기에도 추위를 더 많이 타는 나는 늘 해가 뜨기 전 새벽 5시경이면 추위를

느껴 잠에서 깨 이불로 몸을 꽁꽁 싸매곤 한다. 강아지가 없을 때는 오로지 이불에만 의지했었지만 강아지와 가족이 된 이후 나는 해가 뜨기 전 가장 선선한 시간이 되면 강아지를 살짝 껴안아 체온을 높이게 되었고 어느새 그 시간은 나에게 잠자는 시간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평소 안기는 걸 극도고 싫어하는 치와와 모모 공주도 그 시간만큼은

졸려서인지 자신도 추워서인지 내가 안는 것을 뿌리치지 않고 나에게 폭 안겨 천사견다운 면모를 뿜 뿜 뿜어내며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깊이 잠들어 있곤 한다. 강아지의 따뜻한 체온과 함께 맞이하는 해가 뜰 무렵 선선한 추위는

어느새 피하고 싶은 순간이 아니라 즐기고 싶은 순간이 되었다.

 

아홉 번째. 강아지는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얘기를 들려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준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있을 법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을 수 있다. 나 혼자 속으로만 얘기하기에는 너무

벅찰 정도로 입 밖으로 꺼내고 싶어도 그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는 그런 비밀. 나는 그럴 때마다 치와와 모모 공주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까만 눈망울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애쓰거나 또는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위로해주는 강아지는 언제나 내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특히 타지 생활을 오래 하며 한국과 시차도 달라서 친구와 통화도 하기 힘든 시간에는 강아지에게 내 얘기를 털어놓는 것만 해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기를 때 딸이나 아들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곳 사람들은 강아지를 '친구'처럼 대한다는 생각을 줄곧 했다.

이들은 강아지를 사랑하지만 한국의 많은 보호자들처럼 과잉보호하는 법이 없었다. 나도 그들처럼 쿨하게 강아지와

친구가  되어 보려고 딸처럼 대하지 말자고 되뇌어봐도 한국인의 정서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강아지는 늘

나의 이야기에 가장 잘 귀 기울여주는 좋은 친구였다.

 

마지막 열 번째는 강아지는 사람이 힘든 순간에도 열심히 살아야 할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이다.

최근 나는 뉴욕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기분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무슨 일을 해야 하나' '다시 한국 사회에서 예전처럼

적응하고 잘 지낼 수 있을까'등등 하루에도 수만 가지 걱정을 머릿속을 스친다. 그럴 때면 '어떻게든 되겠지'싶다가 도 또

'어떻게도 안될 것 같다'싶다가 그냥 떠오르는 걱정 외에도 스스로 걱정을 계속해서 만들어 낼 정도로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 까만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자그마한 생명체가 내게 엄청나게 큰 힘이

되어주곤 한다. '내가 벌어야 강아지 사료도 사주고 간식도 사주고 병원도 데려가지'라는 생각이 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정적인 감정들은 사라지고 긍정의 힘이 샘솟곤 한다.

물론 환경이 바뀌고 새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강아지는 큰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강아지의 순수한 눈망울은

나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선물한다.

 

그 외에도 강아지와 가족이 되면 나보다 강아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게 되며 이기적인 마음은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고 유기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등 좋은 점이 너무나도 많지만 나에게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갖는 1

0가지만 나열해보았다.

강아지를 키울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강아지를 길러봄으로써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행복감을 느껴보게 되길.

그리고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버려져 안락사의 위기에 놓인 수많은 유기견들에게도 관심이 이어지길 바라본다.